관리회계 - 검증줄이 자기 자신을 보고 있었다
결산 파일에는 대개 맨 아랫줄에 검증줄이 있다. 다른 파일에서 뽑은 숫자와 이 파일의 집계값을 나란히 놓고, 차이를 계산하는 줄이다. 차이가 0이면 통과다.
그래서 우리는 그 줄만 본다. 0이면 넘어간다.
결론
자기 값을 자기가 검증하면 그건 검증이 아니라 복사다.
차이가 0인데 검증이 안 된 상태
인수인계 받은 파일을 열었는데 검증줄이 전부 0이었다. 몇 달째 0이었다. 그런데 셀을 클릭해 보니 수식이 아니라 값이었다.
누군가 대사값 자리에 바로 위 집계값을 그대로 복사해 넣어둔 것이다. 같은 숫자를 두 번 쓰고 빼면 당연히 0이 나온다.
여기가 이 함정의 핵심이다. 화면에 보이는 결과가 정상과 완전히 똑같다. 오류도 없고, 경고도 없고, 색깔도 같다. 0이라는 숫자 하나만 놓고는 진짜 검증인지 복사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악의로 하는 사람은 없다. 대개 이렇게 생긴다.
마감이 급한 날, 검증줄에 차이가 난다. 원인을 찾을 시간이 없다. 일단 숫자는 다른 데서 이미 맞춰봤으니 넘어가자 하고, 차이를 0으로 만들어놓는다. 다음 달에 제대로 보려고 한다.
그런데 다음 달은 그 파일을 복사해서 쓴다. 검증줄도 같이 복사된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아무도 그 줄이 가짜라는 걸 모른다.
어떻게 찾아내나
검증줄을 한 줄씩 클릭해서 수식 입력줄을 보면 된다. 다만 파일이 스무 개면 그렇게 못 한다. 순서를 정해두는 편이 빠르다.
| 확인 | 정상이라면 |
|---|---|
| 검증 셀이 수식인가 값인가 | 수식이어야 한다 |
| 그 수식이 무엇을 참조하는가 | 다른 파일 또는 다른 시트 |
| 차이가 항상 정확히 0인가 | 가끔은 몇 원씩 나는 게 자연스럽다 |
| 몇 달치가 전부 0인가 | 한 번도 안 틀린 검증줄은 의심 대상 |
세 번째와 네 번째가 실전에서 더 유용하다. 수식을 하나씩 열어보는 것보다, 몇 달치 검증줄을 가로로 나란히 놓고 보는 편이 빠르다. 진짜 검증줄은 반올림 차이든 타이밍 차이든 언젠가 한 번은 흔들린다. 여섯 달 내내 자로 잰 듯 0이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정상적인 관리회계에서 차이가 늘 완벽히 0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원 단위 절사, 마감 시점 차이, 반영 순서 때문에 작은 차이가 나고, 그걸 확인하고 넘어가는 게 검증이다. 0만 계속 보고 있었다면 검증을 한 게 아니라 검증줄을 본 것이다.
구조로 막는 법
- 검증줄은 반드시 외부 참조 또는 다른 시트 참조로 건다
- 검증 셀에는 값을 직접 입력하지 않는다. 예외를 한 번 두면 관행이 된다
- 차이를 못 맞춘 채 마감해야 한다면, 0으로 덮지 말고 차이를 그대로 남기고 사유를 적는다
- 검증줄 셀에 색을 지정해두고, 그 색 밖에서 값이 들어오면 눈에 띄게 한다
- 인수인계 파일은 검증줄부터 수식으로 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세 번째가 문화의 문제다. 차이가 난 채로 마감하는 걸 사고로 취급하면, 사람들은 차이를 없애는 쪽을 택한다. 차이를 남기고 설명하는 걸 정상으로 취급해야 검증줄이 살아 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