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회계 - 합계는 맞는데 틀린 엑셀

결산 파일을 검증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합계다. 소계를 다 더한 값과 총계가 일치하면 일단 안심한다. 대사도 맞고, 오류 셀도 없다.

그런데 합계가 맞는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적은 것을 보장한다.

결론

합계 일치는 통과 조건이 아니라 최소 조건이다.
합계는 맞는데 안이 틀린 경우가, 합계가 안 맞는 경우보다 훨씬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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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가 맞아도 틀릴 수 있는 세 가지

합계는 개별 값들의 합이다. 그래서 개별 값이 잘못되어도 서로 상쇄되면 합계는 그대로다.

원래 값 A 30 B 50 C 20 합계 100 틀린 값 A 35 B 45 C 20 합계 100 A가 5 늘고 B가 5 줄었다 합계는 그대로 사업부별 손익은 뒤집혔는데 전사 합계는 한 자리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상쇄가 실제로 어떻게 생기는지 세 가지만 보자.

하나. 분류가 잘못된 경우

어떤 거래가 A사업부가 아니라 B사업부로 잡혔다. 전사 합계는 한 원도 안 바뀐다. 그런데 사업부별 손익은 달라졌고, 그 숫자로 경영진이 판단을 한다.

합계 대사만 하는 검증은 이걸 절대 못 잡는다. 구조상 잡을 수가 없다.

둘. 배부 결과만 맞춘 경우

간접비를 배부했는데 배부 후 총액이 배부 전 총액과 같으면 통과로 본다. 배부는 나누는 작업이니 총액이 같은 건 당연하다. 총액이 같다는 건 배부가 실행됐다는 뜻이지, 제대로 나뉘었다는 뜻이 아니다.

기준을 잘못 걸어도, 특정 부서가 통째로 빠져도, 총액은 늘 맞는다.

셋. 오타가 두 번 난 경우

한 곳에서 잘못 더하고 다른 곳에서 잘못 빼면 합계는 돌아온다. 드물 것 같지만, 같은 사람이 같은 날 같은 파일을 고칠 때 의외로 자주 생긴다. 한 곳을 고치다 균형이 깨져서 다른 곳을 억지로 맞추는 경우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합계 대신 보는 게 아니라, 합계를 본 다음에 봐야 하는 것들이다.

무엇을 어떻게
구성비각 항목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전월과 비교
항목별 증감합계가 아니라 줄 단위로 전월 대비 차이를 계산
부호가 바뀐 줄흑자가 적자로, 적자가 흑자로 바뀐 항목만 따로 추출
건수금액이 같아도 건수가 다르면 분류가 움직인 것

네 번째가 특히 유용하다. 금액과 건수를 같이 보면 상쇄를 잡을 수 있다. 금액은 그대로인데 A의 건수가 줄고 B의 건수가 늘었다면, 무언가가 옮겨간 것이다.

합계는 언제 보는가

합계 대사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합계는 가장 싸고 빠른 1차 필터다. 여기서 걸리면 뒤를 볼 필요도 없이 원인을 찾으러 간다. 문제는 여기를 통과했을 때 검증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순서를 이렇게 잡으면 된다.

검증 순서
  • 합계 대사 — 통과하면 다음으로. 실패하면 여기서 원인 추적
  • 항목별 전월 대비 증감 — 큰 순서로 정렬해 상위 몇 개만 확인
  • 구성비 비교 — 비율이 크게 움직인 항목 확인
  • 부호 전환 항목 추출 — 흑자·적자가 뒤집힌 줄
  • 금액과 건수 교차 확인 — 분류 이동 탐지

2번부터 5번까지는 수식 몇 줄이면 자동으로 뽑힌다. 한 번 만들어두면 매달 쓴다. 검증에 드는 시간은 거의 안 늘어나는데, 잡히는 결함의 종류는 크게 늘어난다.

남는 이야기

합계만 보는 검증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합계가 맞으면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다.

0을 확인하는 순간 그 파일은 검증된 파일이 된다. 그 뒤로는 아무도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틀린 숫자가 통제를 통과했다는 도장을 받고 보고서로 올라간다. 검증이 없었다면 오히려 누군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숫자가, 검증을 통과했다는 이유로 그냥 지나간다.

검증 장치는 안심을 만든다. 그래서 그 장치가 무엇을 못 보는지를 아는 게, 그 장치를 갖는 것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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