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 - 인수인계 받은 엑셀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세 가지
전임자가 쓰던 결산 파일을 물려받는다. 양식은 완성돼 있고 수식도 다 걸려 있다. 열어서 이번 달 숫자만 바꾸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대부분 그렇게 한다. 그리고 몇 달 뒤에 숫자가 틀어진 걸 발견한다.
결론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어디를 보고 있는가, 무엇이 값인가, 무엇이 검증인가.
하나. 이 파일은 어디를 보고 있나
가장 먼저 외부 참조를 확인한다. 수식 탭의 연결 편집 기능으로 이 파일이 참조하는 다른 파일 목록이 한 번에 나온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것들이 있다.
- 전임자 PC의 바탕화면 경로를 그대로 가리키고 있다
- 이제 쓰지 않는 옛날 폴더를 보고 있다
- 당월 파일인데 전월 파일을 참조하고 있다
- 참조하는 파일 자체가 사라졌는데 마지막 값만 남아 있다
마지막 경우가 까다롭다. 엑셀은 외부 파일이 없어도 마지막으로 읽었던 값을 캐시로 들고 있다. 그래서 화면에는 숫자가 멀쩡히 보인다. 몇 달 전 값이라는 것만 빼고.
연결 편집 창에서 상태를 확인하면 어느 연결이 살아 있고 어느 것이 끊겼는지 나온다. 끊긴 게 있으면 그 수식이 참조하는 셀의 값은 전부 의심해야 한다.
둘. 무엇이 수식이고 무엇이 값인가
수식이어야 할 자리에 값이 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 급한 달에 누군가 숫자를 직접 때려 넣고, 그게 다음 달 파일로 복사되면서 굳어진 것이다.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Ctrl + ` (백틱)을 누르면 시트 전체가 값 대신 수식으로 바뀐다. 수식이 있어야 할 줄에 숫자만 덩그러니 있으면 바로 보인다.
또는 이동 옵션에서 상수만 선택하면 값이 직접 입력된 셀이 전부 선택된다. 데이터 입력 영역이 아닌 곳에 상수가 있으면 그게 의심 대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값이 박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월 확정치처럼 일부러 값으로 굳히는 영역도 있다. 구분해야 할 것은 의도적으로 굳힌 값인지, 급해서 때려 넣은 값인지다.
그 판단은 위치로 한다. 당월 계산 영역에 상수가 있으면 거의 후자다.
셋. 검증줄이 진짜 검증인가
맨 아래 검증줄의 차이가 0이라고 안심하면 안 된다. 그 0이 어디서 왔는지를 봐야 한다.
| 확인 | 정상이라면 |
|---|---|
| 검증 셀이 수식인가 | 수식이어야 한다 |
| 무엇을 참조하는가 | 다른 파일 또는 다른 시트 |
| 몇 달치가 전부 0인가 | 언젠가 한 번은 흔들려야 정상 |
자기 자신을 보고 있는 검증줄은 영원히 0을 낸다. 물려받은 파일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결함이다.
파일 자체가 바뀌었는지는 어떻게 아나
세 가지를 확인하고 나면 그다음 달부터는 전월 파일을 복사해서 쓰게 된다. 이때 한 가지를 더 알아두면 좋다.
파일 크기가 같아도 내용은 다를 수 있다. 엑셀 파일 크기는 서식과 구조에 좌우되기 때문에, 숫자 몇 개가 바뀌어도 크기가 거의 안 변한다. 반대로 숫자는 그대로인데 서식만 건드려도 크기가 바뀐다.
그래서 파일 크기로 변경 여부를 판단하면 안 된다. 수정한 날짜를 보거나, 아예 중요한 셀 몇 개를 비교하는 시트를 따로 만들어두는 편이 확실하다.
순서를 정해두면 20분이면 끝난다
- 연결 편집으로 외부 참조 목록을 뽑고, 끊긴 연결과 남의 PC 경로를 찾는다
- 참조 경로를 전부 현재 공용 폴더 기준으로 고친다
- Ctrl + ` 로 수식을 표시하고, 계산 영역에 박힌 상수를 찾는다
- 검증줄이 수식인지, 무엇을 참조하는지 확인한다
- 전월·전전월 결과와 주요 항목을 비교해 이상치가 없는지 본다
- 확인한 내용을 시트 하나에 적어 파일 안에 남긴다
마지막 항목이 다음 사람을 위한 것이다. 어떤 파일을 참조하는지, 어디가 일부러 값으로 굳힌 영역인지, 검증줄이 무엇과 대사하는지. 이 세 줄만 적혀 있어도 다음 인수인계는 20분이 아니라 5분으로 끝난다.
남는 이야기
물려받은 파일을 바로 쓰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이미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뜯어볼 시간은 없고, 무엇보다 내가 만들지 않았으니 내 책임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숫자가 틀리면 책임은 지금 그 파일을 돌리는 사람에게 온다. 전임자가 만든 수식이라는 설명은 보고 자리에서 통하지 않는다.
인수인계는 파일을 넘겨받는 일이 아니라 그 파일에 대한 책임을 넘겨받는 일이다. 그렇게 보면 처음 20분을 쓰는 게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