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회계 - 분석축을 정하는 순서

관리회계를 처음 설계하면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손익을 무엇으로 쪼갤 것인가.

사업부별, 제품별, 채널별, 거래처별, 지역별. 다 보고 싶다. 그래서 다 만들려고 한다. 거기서 일이 틀어진다.

결론

축은 보고 싶은 것 순서가 아니라, 누가 책임지는가 순서로 정한다.
책임자가 없는 축의 손익은 만들어도 아무도 안 본다.

축을 늘리면 비용이 곱해진다

축 하나를 추가하는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그 축으로 손익을 보려면 모든 거래에 그 축의 값이 붙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매출은 대개 축이 붙어 있다. 어느 제품을 어느 거래처에 팔았는지 전표에 남는다
  • 직접비도 어느 정도 추적된다
  • 문제는 간접비다. 축이 늘어날 때마다 배부를 그 축으로 또 해야 한다

축이 둘이면 배부도 두 번이고, 셋이면 세 번이다. 게다가 축끼리 교차하면 조합이 폭발한다. 사업부 5개 × 채널 9개 × 제품군 10개면 450칸이고, 그 칸 하나하나를 검증할 수는 없다.

그래서 축은 늘리는 게 아니라 고르는 것이다.

순서를 이렇게 잡는다

1. 책임 조직 축 사업부·본부 평가와 직결, 반드시 필요 2. 의사결정 축 제품군·채널 접고 키우는 판단에 쓰임 3. 진단 축 거래처·지역·고객군 문제가 보일 때 들여다봄 4. 그 외 상시로 만들지 않는다 위에서부터 확실히 세우고 내려간다. 아래부터 손대면 위가 흔들린다.

1. 책임 조직 축이 먼저다

사업부든 본부든, 성과를 책임지는 단위가 첫 번째 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축의 숫자는 평가에 쓰이므로 반드시 누군가 따져본다. 틀리면 바로 연락이 온다.

검증해줄 사람이 있는 숫자가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한다. 아무도 안 보는 축부터 만들면 틀린 채로 몇 달이 간다.

2. 의사결정 축이 다음이다

제품군이나 채널처럼 접고 키우는 판단에 쓰이는 축이다. 이 축은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경영 판단에 직접 들어간다.

여기서는 배부 후 손익보다 공헌이익이 더 중요하다. 20번 글에서 본 이유 때문이다. 접을지 말지를 배부 후 숫자로 판단하면 틀린다.

3. 진단 축은 상시가 아니어도 된다

거래처별, 지역별 손익은 문제가 감지됐을 때 들여다보는 축이다. 매달 만들어 보고서에 넣을 필요는 없다.

이걸 상시로 만들면 관리 부담만 늘고 아무도 안 본다. 필요할 때 뽑을 수 있도록 데이터 구조만 갖춰두는 편이 낫다.

축을 더 만들기 전에 던질 질문

질문 아니라면
이 숫자를 매달 볼 사람이 정해져 있는가만들지 않는다
그 사람이 이 숫자로 무엇을 결정하는가참고 자료로만 두고 보고서에 안 넣는다
원천 데이터에 이 축의 값이 붙어 있는가기준정보부터 정비한다
간접비를 이 축으로 나눌 기준이 있는가공헌이익까지만 만든다

네 번째가 현실적인 타협점이다. 모든 축에서 배부 후 영업이익까지 갈 필요는 없다. 배부 기준을 못 세우는 축은 공헌이익에서 멈추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판단에 충분한 경우가 많다.

축이 아니라 계층을 만든다

또 하나 중요한 선택이 있다. 축을 나란히 둘 것인가, 계층으로 둘 것인가.

나란히 두면 사업부별 손익과 채널별 손익이 각각 따로 존재한다. 계층으로 두면 사업부 아래 채널이 들어간다.

계층 구조가 관리하기 쉽다. 상위 합계가 하위 합계와 맞아야 하므로 검증이 자동으로 걸린다. 반면 나란한 축은 서로 맞춰볼 방법이 없어서 각각 따로 검증해야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계층으로 설계하고, 어쩔 수 없을 때만 나란한 축을 둔다.

남는 이야기

관리회계 설계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너무 많이 만드는 것이다.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축을 하나씩 늘리다 보면, 어느 순간 매달 만드는 표가 스무 개가 된다.

그러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난다. 만드는 데 시간이 다 들어가서 숫자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어지고, 표가 많아서 아무도 다 안 본다.

관리회계의 가치는 숫자를 많이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누군가 그 숫자를 보고 행동을 바꾸는 데 있다. 그래서 축을 정할 때 물어야 할 건 하나다. 이 표를 보고 누가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

답이 안 나오면 그 축은 아직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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